어느 날 갑자기 나무는 말이 없고 황인숙 햇살 아래 졸고 있는 상냥한 눈썹, 한 잎의 풀도 그 뿌리를 어둡고 차가운 흙에 내리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만 그곳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무는 말이 없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 둘 (탄식과 허우적댐으로 떠오르게 하는) 이파리를 떨군다. 나무는 창백한 이마를 숙이고 몽롱히 시선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챙강챙강 부딪히며 깊어지는 낙엽더미 아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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