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비봉의 여름과 가을사이(1)
<!-BY_DAUM->
9월 둘째주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사당역을 향해 가는 버스안에서
관악산 줄기를 맴돌고 있는 안개구름을 감상하면서
오늘 산행을 상상해본다.
이번 일기예보에는 오전 70% 오후 20%의 강수 확률,
8월 산행의 경험도 있고
그때와 달리 비가 좀 내리더라도 가을비 정도야 좀 맞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비에 대한 걱정은 접어 놓았다.
사당역에 모이고 잠실역에 모인 회원들을 싣고
제비봉의 비경을 상상하면서 떠나는데
고속도로에는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이번에는 기적(?)이 안 일어날까?
제비봉 들머리로 잡은 얼음골
언제 비 내렸을까 할 정도로 하늘은 멀쩡하게 개이고
솜털같은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은 아직 가지 않은 여름을 말해준다.
도착하자 마자 경치에 취하고
단체 사진 찍기에 바쁘다.
초입부터 만난 된비알이 제법 힘겹다.
비 내린 후 등로는 참나무, 소나무 향기와 흙냄새로 진동을 한다.
후미 담당 부대장 갯마을추장님이 첫번째 환자를 만나 열심히 주무르고 손가락을 따준다.
다행히 바로 해결되어 연신 고맙다고 하신다.
대학병원 마취과 의사 선생님이시기도 한 이 분은
민간 요법의 효능을 직접 보시니 그 느낌이 새롭다 하셨다.
또 같이 오신 친구분중 일산에서 오신 분은
멀리서 오시느라 새벽 3시에 일어나 식구들 아침식사도 챙기고
배낭에는 이것저것 나누어 먹을 것을 준비하셨다는 회원님도 계셨는데
실제 배낭을 들어보니 보통이 아니다.
다행히 머털 부총무가 짐을 좀 덜어드리기는 하였는데
그래도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내내 떨칠수가 없었다.
쭉 뻗은 소나무가 세월의 흐름을 얘기하고 소나무 기운에 잠시 몸을 맡긴다.
선두인지 중간인지 후미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디에 속하면 어떠랴
힘든 길목을 항상 지키고 손을 잡아주는 머털 부총무
이분도 힘든 길목을 지키시면서 손을 잡아 주신다.
제비봉 100m 전
힘들게 올라 왔지만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맛있는 점심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지만...
천둥소리와 함께 갑작스런 소나기로
점심 식사자리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우리는 미처 도시락을 펴지도 못하고 하산한다.
갑작스런 비에 놀라 뛰어나온 두꺼비가 귀엽다.
잠시 후 빗줄기는 가늘어지고 구담봉, 육순봉을 끼고 자리한 충주호의 S라인이 조망된다.
다시 비가 쏟아져도 상관없다. 다시올 기약없이 떠날 제비봉에서 흔적을 남겨야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충주호 모습은
소나기에 허둥지둥 내려오던 그 아쉬움을 씯어주기에 충분하다.
우중산행은 회원들간의 우정은 물론 부부간의 우정까지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오늘의 베스트드레서(?)
늘 바닥에서 천대를 받던 방석도 제법 근사한 판초우의가 되었고
재경서산산악회 배낭택에 꼽혀있는 옷핀도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안개구름들이 절로 탄성들 자아낸다.
소나무,
구름,
호수
더 이상의 시가 무슨 필요있으랴?
거기에다 이 여인까지 있으니
또 이 여인까지 ^^*
주황빛의 나뭇잎이 원래의 색인지
단풍들은 색인지는 분간하기 어렵지만
이미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있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