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아주 특별한 사진 뜨개질 편지
나안
2011. 5. 9. 09:23
2011년 5월 8일 어버이날
고3 아들에게 받은 편지입니다.
길 가에서 사오는 몇 천원짜리 카네이션이 주지 못한
색다른 느낌을 주는군요.
집사람은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불과 이삼일전 녀석에게 했던 잔소리가 생각났나 봅니다.
꿈이 있는 아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사랑한다, 아들아!
어느덧 벌써 고3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한 마지막 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꿈은 너무도 높아보였고,
보일 듯 말 듯한 앞길 때문에,
저는 너무나 힘들고,
가끔은 주저않아 될대로 되보라고 삶에 소리도 치고 싶었습니다.
바르게 자라라는 당신의 말씀, 또 다시 말씀, 다시 또 말씀
하지만 전 거꾸로 자라 말을 잘 듣지 않았고
잘못된 자세로 박수를 치면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아
자꾸만 불협화음이 생기곤 했습니다.
저는 힘들고 억울해서 울었고,
잔소리가 너무나도 듣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하나하나의 잔소리가 나를 붙잡으려는,
나를 놓지 않으려는, 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힘내서, 조금은 느리더라도
조금씩 다시 나아가려고 합니다.
배를 타고 지구 한바퀴늘 도는 일처럼,
제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이 결코 쉽지 않으리란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힘들 것이고, 어려울 것이고, 다시 돌아가고도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님과 함께기에 저는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즐거워보이기까지 합니다.
저를 항상 이끌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재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