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해바라기 연가 - 이해인

나안 2017. 11. 10. 15:34

 

 

해바라기 연가

                                              이해인

내 생애가 한 번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 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민들레의 영토,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