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나 꽃피어 - 조동화

나하나 꽃피어 조동화 나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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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그저 소박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곱씹다 보면 가슴 깊이 번져오는 힘이 있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는 말은, 혼자 하는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꾸기엔 미미하다고 여기는 흔한 회의다.
하지만 시인은 단호하게 말한다.
내가 먼저 꽃을 피우고, 너도 꽃을 피우면 결국 풀밭은 꽃밭이 된다고.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 황량한 초원에 피어난 한 송이의 들꽃, 그 옆에 또 하나, 또 하나… 어느새 풀밭 전체가 화사하게 물든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것이 모이면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변화의 씨앗은 누군가의 ‘나 하나’에서 출발한다는 걸 잊지 말라는 메시지다.
시의 후반부는 꽃에서 물드는 단풍으로 비유가 바뀐다.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는 말 역시 비슷한 의심이지만, 시인은 여기서도 대답을 미룬다.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마침내 온 산이 활활 타오른다고.
가을 산이 단풍으로 물드는 그 웅장한 변화처럼, 작은 물듦이 모이면 세상은 한순간에 붉게 변한다.
누군가의 선한 행동, 작은 친절, 용기 있는 한 걸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세상은 거대한 결심으로만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루하루 피워내는 ‘나 하나’의 꽃과, 살짝 번져가는 ‘나 하나’의 물듦이 모여 결국 풍경을 바꾼다.
오늘 내가 피운 꽃 하나가, 물든 잎 하나가,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을 바꾸고, 마침내 세상을 꽃밭과 단풍으로 물들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믿음을 품고 나부터 꽃피우고, 나부터 물들고 싶어진다.
“세상이 바뀌길 바란다면, 나부터 꽃피고, 나부터 물들어야 한다. 그러면 결국, 우리 모두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