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잎으로 살리라, 첫마음의 길 - 박노해

나안 2019. 2. 13. 10:17





잎으로 살리라

박노해

꽃이 아니라

잎으로 돋는다

꽃으로 나서기 보다

잎으로 받쳐 드린다

꽃처럼 피었다 지기 보다

언 땅에 먼저 트고 나중에 지는

나는 잎으로 살리라

푸른 나무 아래서

누군가 말하리라

꽃이 아름다웠다고

떨어져 뿌리를 덮으며 나는 말하리라

눈부신 꽃들도 아름답지만

잎이어서 더 푸르른 삶이었다고





첫 마음의 길


첫 마음의 길을 따라

한결같이 걸어온 겨울 정오

돌아보니 고비마다 굽은 길이네


한결같은 마음은 없어라


시공을 초월한 곧은 마음은 없어라

시간과 공간 속에서 늘 달라져온

새로와진 첫마음이 있을 뿐


변화하는 세상을 거슬러 오르며

상처마다 꽃이 피고 눈물마다 별이 뜨는

굽이굽이 한결같은 첫마음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