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동백꽃 - 문정희

나안 2019. 2. 22. 11:18


동백꽃
문정희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 피우진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나는 차마 발을 내딛지 못하겠다
  
전존재로 내지르는
피묻은 외마디의 시 앞에서
나는 점자를 더듬듯이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

 

 

“너는 어떻게 삶을 마주할 것인가?”

서서히 시드는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동백처럼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를 던질 것인가.

동백꽃의 결단은 두렵고도 경이롭다.

결국 두려움은 결국 인간이 자신의 생을 끝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두려움 속에서,

동백의 절망 같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