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바람 부는 날의 풀 - 류시화

나안 2019. 3. 5. 16:39

 





바람 부는 날의 풀  /  류시화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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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휘청이는 날, 이 시는 조용히 우리 곁의 존재들을 돌아보게 하고,
"나도 누군가의 곁풀이 되어줄 수 있다"는 다짐을 심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