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봄 - 최하림

나안 2019. 4. 18. 13:42





 최하림


영화 20도를 오르내리는 날 아침
하도 추워서 갑자기 큰 소리로
하느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외쳤더니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은 공기 조각들이
부서져 슬픈 소리로 울었다
밤엔 눈이 내리고 강 얼음이 깨지고
버들개지들이 뽀얗게 움터 올랐다

나는 다시
왜 이렇게 봄이 빨리 오지 라고
이번에는 지난번 일들이
조금 마음이 쓰여서 외치고 싶었으나
봄이 부서질까 봐
조심조심 숨을 죽이고
마루를 건너 유리문을 열고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봄이 왔구나
봄이 왔구나,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