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김소월

나안 2019. 6. 2. 09:11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은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말이
그 무슨 뜻인줄을 알았으랴
제석산(啼昔山) 붙는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