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 김다연
풀꽃 앞에 겸손해질 때
김다연 시인의 시 「개망초」는 들길이나 도로 옆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래서 눈길조차 주지 않게 된 작은 풀꽃에 대한 시다. 이름조차 ‘개망초’라는 투박한 풀, 그러나 시인은 말한다. 함부로 뽑지 말라고. 그 가슴에도 기다림의 씨앗이 묻혀 있다고.
이 짧은 시 앞에서 나는 오래된 동양의 한시 구절이 떠올랐다.
"若將除去無非草 好取看來總是花"
—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고, 두고 보면 모두가 꽃이로다.
언뜻 보기엔 그저 잡초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나름의 이야기가 있고, 견딘 흔적이 있으며, 피어나기 위한 절박함이 있다. 우리는 종종 ‘보기 좋고 향기로운’ 꽃에만 눈길을 주고, 들풀은 무심히 발로 밟아버리거나 뽑아내기 쉽다. 하지만 삶이라는 것은 언제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전부는 아니다.
개망초는 오만을 버리고 질기게 피워 올린 ‘한 톨의 소금 꽃’이다. 소금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 땀 냄새가 밴 어머니의 치맛자락 같고, 비바람 맞은 시골집의 마루 같고, 묵묵히 자라난 아이 같은 존재다. 그렇게 개망초는 ‘귀한 손님’이다. 우리 곁에 있지만 쉽게 지나쳐버리는,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슴을 울리는 그런 존재다.
그렇기에 이 시는 풀을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혹시 내가 살아오며 지나쳤던 누군가가, 함부로 뽑아버린 그 존재가, 알고 보면 꽃은 아니었을까. 내가 미처 몰랐을 뿐, 그도 뿌리 내리고 꽃피우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까.
우리 삶의 언저리에는 늘 개망초 같은 존재가 있다. 잊혀졌거나 흔해졌거나 하찮게 여겨진 이름들. 하지만 “두고 보면 모두가 꽃”이라는 말처럼, 그들에게도 피어오를 순간과 사연이 있다.
나는 오늘, 개망초 앞에 한 발 물러서서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풀 한 포기에도, 사람 하나에도 마음을 다해 바라보는 눈이야말로, 진짜 어른의 눈이 아닐까. 베어버릴지 말지 판단하기 전에, 꽃인지 아닌지부터 먼저 살펴볼 일이다.

若將除去無非草 약장제거무비초
好取看來總是花 호취간래총시화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고
두고 보면 모두가 꽃인 것을
개망초 김다연 보기 흔한 잡풀이라고 함부로 뽑지마라 그의 가슴에도 기다림의 씨앗이 묻혀있다 오만을 버리고 질기게 피워 올린 한 톨의 소금 꽃 그도 귀한 손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