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들풀 - 이영춘
나안
2019. 9. 9. 13:37
들풀 이영춘 세상이 싫고 괴로운 날은 바람 센 언덕을 가 보아라 들풀들이 옹기종기 모여 가슴 떨고 있는 언덕을 굳이 거실이라든가 식탁이라는 문명어가 없어도 이슬처럼 해맑게 살아가는 늪지의 뿌리들 때로는 비 오는 날 헐벗은 언덕에 알몸으로 누워도 천지에 오히려 부끄럼 없는 샛별 같은 마음들 세상이 싫고 괴로운 날은 늪지의 마을을 가 보아라 내 가진 것들이 오히려 부끄러워지는 한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