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봉숭아 - 도종환

나안 2019. 9. 30. 13:58

 

봉숭아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 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