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폭풍 - 정호승
나안
2020. 12. 7. 13:14

폭풍 / 정호승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날으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 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난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