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공부 - 김사인

나안 2021. 1. 14. 08:55

공부
                          김사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 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서 있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