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시래기, 코다리 - 이동주

나안 2021. 3. 7. 10:42

시래기, 코다리
                                   이동주
 
눈 내리는 텅 빈 하늘
황량한 벌판 위 시린 바람에
내 몸은 얼어가고
너는 처마 밑 먼 그리움으로 말라가고 있다
 
어둔 바다 속 거칠게 춤추며
갈망했던 만남
너의 푸른 청춘 가슴을 욕망하다 그리움으로
밤을 동여매고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절망으로 나를 버렸다
 
버려진 삶 위 마지막 소망 하나
너의 말라버린 가슴을 부여잡고
봄꽃처럼 아름답게 피어 그 여름 뜨거웠고
멀어져 가는 가을의 맑은 사랑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하늘로 돌아가는 길에
마침내 너와 나 함께 한 날
바깥세상은 온통 붉게 물들고
사람들은 하객처럼 웃고 떠들고 있다
우리의 가슴 저린 만남을 축복이라도 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