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패랭이꽃 - 류시화

나안 2021. 3. 7. 10:50

패랭이꽃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 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