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비망록 - 문정희

나안 2021. 4. 17. 20:59

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 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