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사람 - 박찬
나안
2021. 5. 29. 13:37

사람 박찬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생각이 무슨 솔굉이처럼 뭉쳐 팍팍한 사람 말고 새참 무렵 또랑에 휘휘 손 씻고 쉰내 나는 보리밥 한 사발 찬물에 말아 나눌 낯 모를 순한 사람 그런 사람 하나쯤 만나고 싶다 |
쉰내 나는 보리밥 한 사발 같이 따뜻한 사람
박찬 시인의 「사람」은 삶이 너무 날카롭고, 세상이 너무 각져 있을 때
그 모든 경계를 풀고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순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시다.
시인이 말하는 사람은
생각이 ‘솔굉이처럼’ 뭉쳐서 팍팍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주장만 세게 내세우고,
세상에 치여 늘 날이 서 있는 그런 사람도 아니다.
그보다는,
새참 무렵,
해가 중천쯤 올라 숨 돌리는 그 시간에,
또랑에서 손 씻고
보리밥 한 사발 찬물에 말아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런 낯모를 사람이,
차라리 마음 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팍팍한 말이 아니라,
한 그릇의 따뜻한 밥처럼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현대 사회는 너무 빠르고,
사람들의 말은 너무 날카롭고,
생각은 너무 계산되어 있다.
그 속에서 ‘낯 모를 순한 사람’이란,
그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거칠지 않은 손, 부담 없는 눈빛 같은 존재다.
시인은 그걸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말 같기도 하다.
“쉰내 나는 보리밥 한 사발”이란 표현은 참 좋다.
화려하지도, 신선하지도 않은 그 보리밥.
하지만 그걸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진심이 있고, 속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 하나 있으면,
세상이 조금 덜 외롭고,
인생이 조금 덜 거칠지 않을까.
오늘 같은 날,
나도 그런 사람을 기다려본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에겐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