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규원

나안 2021. 6. 26. 16:41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1시와 2시의 공상空想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 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 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