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몸살 - 김선우
나안
2021. 11. 14. 16:08
몸살 김선우 나는 너의 그늘을 베고 잠들었던 모양이다. 깨보니 너는 저만큼 가고. 나는 지는 햇살 속에 벌거숭이로 눈을 뜬다. 몸에게 죽음을 연습시키는 이런 시간이 좋아. 아름다운 짐승들은 떠날 때 스스로 곡기를 끊지. 너의 그림자를 베고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는 지구의 시간 해 지자 비가 내린다 바라는 것이 없어 더없이 가벼운 비 잠시 겹쳐진 우리는 잠시의 기억으로도 퍽 괜찮다 별의 운명은 흐르는 것인데 흐르던 것 중에 별 아닌 것들이 더러 별이 되기도 하는 이런 시간이 좋아 운명을 사랑하여 여기까지 온 별들과 별 아닌 것들이 함께 젖는다 있잖니, 몸이 사라지려하니 내가 너를 오래도록 껴안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날이야. 알게 될 날이야 축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