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꽃이 시드는 동안 - 정호승

나안 2023. 1. 26. 15:47

 

꽃이 시드는 동안

정호승

 

꽃이 시드는 동안 밥만 먹었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꽃이 시드는 동안 돈만 벌었어요

번 돈을 가지고 은행으로 가서

그치지 않는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오늘의 사랑을 내일의 사랑으로 미루었어요

꽃이 시든 까닭을 문책하지는 마세요

이제 뼈만 남은 꽃이 곧 돌아가시겠지요

꽃이 돌아가시고 겨우내 내가 우는 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당신만은 부디

봄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