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산(山), 신비 - 박규리

나안 2023. 3. 23. 12:54

산(山), 신비 

박규리

 

산너머 산이 없었다면

어쩌랴

산을 좇아 산을 따라

산을 쌓는 사람아,

우뚝 선 저 산

목구멍까지 턱턱 숨차오르는 산

그 너머 아련하게 자태 감추고

다시, 투명하게

존재하는 산

 

......산은 산이 아니다 산은 더이상 산이 아니다......

......산은 더이상 산이 아니라 신비다 신비가 아니라면......

 

무슨 힘으로 저 산 넘고 또 넘겠나

신비가 아니라면,

지금 이 산이 다 무슨 소용있겠나

산 없인 살아도 신비 없인 살 수 없는 사람아!

도대체 신비가 아니라면,

 

어찌 다시 나를 떠나, 그대

저 산을 늙은 바람처럼 홀로 넘고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