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곡선들 - 안도현

나안 2019. 8. 7. 17:45

곡선들
                   안도현

추어탕집 양동이에 미꾸라지들이 우글거린다
진흙뻘 속을 파고들 때처럼 대가리 끝에 꼿꼿이 힘을 주고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우글우글, 


몸부림쳐도
파고들어가도
뚫지 못하는 게 몸인가
양동이에는 미끄러운 곡선들만 뒤엉켜
왁자하게 남는다 
 
그 곡선들 위에
주인여자가 굵은소금을 한줌 뿌린다
그러자 하얀 배를 뒤집으며,
소금과 거품을 뱉어내며,
수염으로 제 낯짝을 치며, 
 
잘도 빠져나가던 생애를 자책하는지
미꾸라지들은
곧바로 몸에서 곡선을 떼어낸다
그러고는 축 늘어져 직선으로 뻣뻣하게 일자(一字)로 눕는다

 

미꾸라지의 역동적인 몸부림을 통해 치열한 삶의 에너지를 본다

소금에 절여 뻣뻣해 지는 과정을 통해 죽음의 냉혹함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양동이라는 같힌 운명 속에서 '곡선'으로 발버퉁치던 생명은

굵은 소금이라는 고통과 마주하며 결국 모든 활력을 잃고 '직선'이 된다

생명의 상징인 '곡선'이 '직선'으로 굳어지는 모습에서

삶의 유한성과 숙명에 대한 성찰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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