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석류는 폭발한다 - 이문재

나안 2019. 8. 20. 14:33




석류는 폭발한다
이문재 

모름지기 그가 살아 있는 시인이라면 최소한 혼자 있을 때만이라도 게을러야 한다  게으르고 게으르고 또 게을러서 마침내 게을러터져야 한다  익지 않은 석류는 터지지 않는다  석류는 익을 때까지 오로지 중심을 향하는 힘으로 부풀어오른다  앞으로 가는 뒷걸음질, 중심을 향하여 원주 밖으로 튀어나가는 힘 - 게으름이 지름길이다  시인은 석류처럼 익어서 그 석류알들을, 게으름의 익은 알갱이들을 천지사방으로 폭발시켜야 한다  번식시켜야 한다


비켜 서서 멈추어 서니 단순해지는 고요
멈추어 서서 돌아서니 단정해지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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