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부추꽃으로 - 박남준
서툰 날들을 태우며
사는 일이 왜 이렇게 서툰지 모르겠다.
어느 날은 괜찮다가도, 다음 날엔 뜻하지 않게 다치고 삐끗하고
어떤 말은 남기고 싶지 않았는데 툭 나가버리고
누군가에게 주고 싶었던 마음은 꺼내기도 전에 상해버리기도 한다.
박남준 시인의 시처럼,
하루해가 저물고 나서야
비로소 내 안의 어둠이 고요해지고
그 속에서야 비로소 나는
내 상처들을 찬찬히 바라본다.
나무를 하다가 긁힌 자국처럼
내 삶의 표면에도 온통 옹이 같은 흔적들이 있다.
그 옹이는 쉽게 도끼질되지도 않고,
한동안은 그저 버티며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시인은 그 옹이 박힌 나무가
아궁이에서 가장 무섭게 타오른다고 했다.
그 말에 왠지 위로를 받는다.
쉽게 다듬어지지 않았던 나의 무딘 날들,
그 서툰 시간이 오히려 더 뜨겁게 불붙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타오른 자리엔 흰 재가 남는다.
그 흰 재를 부추밭에 뿌리면,
흰 부추꽃이 핀다.
아름답고, 환하고, 조용히 피어나는 부추꽃.
그걸 보며 나는 묻는다.
나도 저렇게 환한 환생을 할 수 있을까.
서툰 오늘이 타고 나면,
그 자리에 새로 피어나는 무언가가 있을까.
시인은 삶의 무거운 옹이를 불태워서
환생 같은 꽃 하나를 피우는 마음을 보여주었다.
그게 시인의 방식이라면,
나는 나의 방식대로
서툰 하루를 또 살아내야겠다.
불완전했던 날들을
따뜻한 불길로 보내며.
흰 부추꽃이 내 안에도
피어나기를 바라며.

흰 부추꽃으로
박남준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찟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그건 상처다 상처받은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꺽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 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도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 재를 남긴다
흰 재, 저 흰 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 부추꽃이 피어나면 목숨이 환해질까
흰 부추꽃 그 환한 환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