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 복효근

나안 2021. 3. 7. 10:22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복효근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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