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7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이다. 어제 TV 리모콘 버튼을 누르다가 "휴식"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에서 어느 출연자의 "신뢰할 수 있는 익명"이라는 표현이 귀에 들어 왔다. 배우자나 동료 혹은 잘 알고있는 지인들과 쉽게 맘 열고 대화할 수 없는 것도 "신뢰할 수 있는 익명"과는 쉽게 속마음을 털어 놓기도 하고 거기서 큰 위안과 휴식을 얻기도 한다고 하였다. 시의 제목에서 "우화"는 "偶話"인지 "寓話"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두 사람이 서로 마주하여 이야기한다는 뜻인 우화(偶話)가 맞는 것 같다. 가끔은 "신뢰할 수 있는 익명"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도 스스로 마음의 안식을 얻는 한가지 방법이 되는 것 같다. 우화의 강 마종기..

단상 2019.06.04

국화차 - 조향미

언제부턴가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의 대열에서 이탈하였음에도 지나고 보면 늘 아쉽고 짧지요. 선풍기를 한 번 더 쓸 일이 있을까 치우지 못하는 사이에 조석으로 느끼는 바람은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김이 모락나는 찻잔에 풀벌레 소리 살며시 담그고 잘 마른 국화 꽃잎 하나 띄워 우러나는 향기에 몸을 맡기고 싶습니다. 조향미 시인의 "국화차"입니다.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고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도다 - 이율곡의 "화석정" 中 한가위날 저녁에 만난 먼 옛날 율곡이 노래했던 "외로운 둥근달"입니다. 구름에 걸린 그 둥근 달을 보여 주기 위해 그 저녁 하늘은 이랬다고 고향 소식 알리는 카톡방이 북적거렸습니다. 이쪽에서 보면 달리는 말 같기도 하고 저쪽에서 보면 동자승 같아 보이기도 합..

단상 2018.09.27

나무와 허공 - 오규원

나무와 허공 오규원 잎이 가지를 떠난다 하늘이 그 자리를 허공에 맡긴다 무성했던 잎 갈 바람 소슬한 느낌 사이로 갈참나무 잎이 떨어진다. 빈자리엔 파란 허공이 가득하다. 저렇게 예쁘게 떨어지면 될 일인데 한 여름 소낙비, 벼락과 천둥 견디느라 얼마나 애썼을까? 빛 바랜 남은 몇 잎 눈이라도 잠시 쉬어가게 원래 빈자리, 앞으로 비게 될 자리 지켜주게나

단상 2015.12.14

국화꽃향기 관람

3분기 정모 대치동 상상아트홀에서 연극 "국화꽃향기"를 관람 김하인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소설 및 영화로도 이미 많이 알려졌다고 하는데 감상하기 전까지 나에게는 낮선 내용이었다. 고기굽고, 소주에 맥주 타는 것도 모자라 2차를 달리고, 달리고 ... 그런 익숙한 모임 문화에서 단 한 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임 회장과 문화에 다소나마 관심있는 친구들 덕분에 고상한 연극 관람을 하게 되었다. 내 경우엔 관람을 하면서 수년 전에 많은 독자들을 울렸던 소설 "아버지"와 많은 관객을 몰고 온 영화 "과속스캔들"의 내용이 오버랩 되기도 하였다. 어쨌든 누구에게나 와서는 안되지만 흔히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삶과 죽음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는 당신에게만 뿌리 내릴 수 있는 나무입니다" 지금 바로 옆에 있는 ..

단상 2011.10.05

마을기행 - 음암면 문양2리

서산타임즈 - 2011/4/6 음암면 문양2리(이장 김기용)는 조선시대 ‘장자울’이란 명칭으로 불렸다. 지금이야 여느 마을과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시골 부락이지만 이 마을이 간직한 옛 역사는 서산 관내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가치가 크다. 재야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문양2리 지역은 과거 백제의 왕족들이 파견되어 통치하던 담로(擔魯)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양2리는 지정학적으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으로 옛날 백제와 통일신라의 대당 무역 중심지며, 최서북단 진성이었던 부성군치소(지곡면 산성리)에서 백제의 왕도였던 공주와 신라의 왕도가 있던 경주 지방으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이를 증명하듯 문양2리에는 이곳을 지나던 나그네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던 소리개재 주막과 장터거리라는 지명이 전해..

단상 201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