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읽으며 마음 한쪽이 아득해졌다.
짧은 구절마다 조용히 울리는 감정이 있었다.
말하자면, 너무 깊고 조심스럽게 건드리는 마음의 지점.
이마라는 작은 표면에 담긴 오래된 체온과 기억들이
눈물 한 방울처럼 찰랑거렸다.
우리는 가끔, 위로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어딘가에 기대어 있다.
이마에 얹은 손 하나가, 그냥 피곤해서 댄 팔이 아니라
내 몸이 나를 쓰다듬고 있는 순간이라는 걸
문득 깨닫고 울게 되는 그런 밤이 있다.
시인은 “이마”라는 단어 하나로
우리 삶의 기울어진 온기와 부끄러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고 싶은 위로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것은 어쩌면 “나 자신이 나를 어루만지는” 경험이기도 하다.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이 구절은 나를 오래 붙잡았다.
누군가에게 이마를 맡길 수 있을 정도의 신뢰와
그 신뢰 앞에서 나도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여길 수 있는 마음.
그건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일이자,
세상을 견디는 방식일지 모른다.
결국 이 시는
우리가 얼마나 자주 스스로를 보듬지 못하고 사는지,
그리고 아무도 몰래 울고 싶어지는 순간이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때임을 말해준다.
가난한 이마 위로 올려진 나의 손,
그 단순한 자세 하나에 담긴 안도와 눈물이
한겨울 밤, 마음을 녹이는 불빛처럼 다가왔다.

이마 허은실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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