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마루 -이재훈

나안 2011. 5. 9. 16:53

 


마루 

이재훈

이별은 순간이다

그 순간을 이겨낸 자만이

슬픔을 바닥에 깔고 앉을 수 있다

나는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생을 버텨왔다 그러나

멀리서 새벽 종소리가 들려올 때

나는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어머니가 마루에 앉아 뜨개질을 하신다

엉덩이 밑에서 건져올린 슬픔을

한 올 한 올 뜨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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