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시인의 시를 찾아 보다
2012년 퇴임한 모 대법관의 퇴임사를 보게 된다.
그 분은 취임사에서는 시인의 "먼 길"을 낭독하고
퇴임사에서는 역시 그 시인의 "내가 한 일" 중 일부를 인용한다.
그 분의 공적 영역에서의 역할과 평가는
내가 잘 알 수 없지만
뉴스에서 접하는 정치인들의 살벌하고 가당치않은 언어들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멋진 공식 인사인 것 같다.
그 분의 퇴임사 일부와
"먼 길", "내가 한 일"을 옮겨 본다.
[중략]
5. 저는 이제 법원을 떠나 자유인으로 돌아갑니다. 훈련소 면회 한번 못 가준 아들들에게는 때늦은 것이지만 아직 기다려주는 남편이 있어 그리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남에게 전하고 가르치는 일도 뜻 깊겠으나, 제가 미처 알지 못하는 것을 배우고 깨치고 싶은 꿈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던 작가 박경리의 심경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문정희 시인의 '먼길'로 시작한 저의 대법관으로서의 임기를 이제 그의 시 '내가 한 일'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마치고자 합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만 싶습니다.
강물을 안으로 집어넣고
바람을 견디며
그저 두 발로 앞을 향해 걸어간 일
내가 한 일 중에
그것을 좀 쳐준다면 모를까마는
여러분과 그 가정이 늘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필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인가 - 김선우 (0) | 2019.02.13 |
---|---|
봄날은 간다 - 허수경 (0) | 2019.02.13 |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문정희 (0) | 2019.01.15 |
산속에서 - 나희덕 (0) | 2019.01.15 |
나하나 꽃피어 - 조동화 (0) | 2019.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