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눈 - 오세영

나안 2019. 3. 26. 10:57





오세영


순결한 자만이

자신을 낮출 수 있다

자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남을 받아 들인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가장 낮은 곳에 설 때

사랑을 안다

살얼음 에는 겨울

추위에 지친 인간은 제 각기 자신만의

귀가 길을 서두르는데

왜 눈은 하얗게 하얗게

내려야만 하는 가

하얗게 하얗게 혼신의 힘을 기울여

바닥을 향해 투신하는

눈은 낮은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녹을 줄 안다

나와 남이 한데 어울려

졸졸졸 흐르는 겨울물 소리

언 마음이 녹은 자만이

사랑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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