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바지를 벗다가 - 박연준

나안 2019. 4. 18. 16:59

 






바지를 벗다가
박연준


바지를 벗어놓으면 바지가 담고 있는 무릎의 모양
그건 바지가 기억하는 나일거야
바지에겐 내 몸이 내장기관이었을 텐데


빨래 건조대에 얌전히 매달려 있는
내 하반신 한 장


나는 괜찮지만
나 이외의 것들은 괜찮을까, 걱정하는 밤
내가 없으면 옷들은 걸어다니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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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심코 놓고 간 흔적조차, 누군가에겐 당신의 전부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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