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꿈속에서 - 유희경

나안 2019. 10. 2. 15:01

꿈속에서
        유희경

잠든 것들이 거리로 나갔다
긴 소매들은 소매를 접었다

입김이 남아 있는 창문
불이 꺼지지 않는 들판
날아오르는 바람과
걸어다니는 발자국들

가슴만 한 신음을 낳고
누군가 밤새 울었다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안겨 있는 나를 보았다
하얗게 빛이 났다
나머지는 어두웠으므로

비명 같은 내가
빈 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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