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길 - 고은

나안 2020. 11. 14. 10:26

                고은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숨막히며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역사이다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부터

미래의 험악으로부터

내가 가는 현재 전체와

그 뒤의 미지까지

그 뒤의 어둠까지이다

 

어둠이란

빛의 결핍일뿐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다

그리하여

길을 만들며 간다

길이 있다

길이 있다

수 많은 내일이 완벽하게 오고 있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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