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겨울비 - 김해인

나안 2020. 11. 21. 16:46
겨울비
            김해인

비가 오는가
굴고개 구비진 언덕위에
검게 그슬린 아스팔트 덮힌 찻길에
고드름 늘이우는 낙엽송 가지에도
겨울비는 내리는가

빈속에 털어넣은 소주
빗줄기 따라 내려오는 불빛아래
오르다 멈추어선 명치끝이 쓰린데
어쩌자고 잠을 깨어
이 밤 빗소리를 듣는가

개울섶에 숨어자는 청둥오리
멀고 먼 고향하늘이 젖어들까
나래에 앉은 빗방울을 털어내고
쭉지속에 머리 감추어 잠을 청할 때
검불이된 여뀌잎도 드러눕건만

비가 오는가
아무 듣는 이 없는 이 밤에
누구를 얼리우려 겨울비 내리는가
잠 못 들어 붉어진 두 눈가에
겨울비 주룩주룩 밤 새워 내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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