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금화터널을 지나며 - 강형철

나안 2021. 3. 7. 10:23

금화터널을 지나며
                           강형철
 
매연이 눌어붙은 타일이 새까맣다
너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그 곁에 보고싶다 썼고
나는 정차된 좌석버스 창 너머로
네 눈빛을 보고 있다
손가락이 까매질수록
환해지던 너의 마음
사랑은 숯검댕이일 때에야 환해지는가
스쳐지나온 교회 앞
죽은 나무 몸통을 넘어 분수처럼 펼쳐지는
능소화
환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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