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얼굴 고은희 땡볕이 그늘을 끌고 모퉁이 돌아간 곳 누군가 내다버린 꽃무늬 애기 의자에 가난을 두르고 앉아 졸고 있는 아버지 무거운 세월 이고 허리 펴는 외로움이 털어도 끈끈이처럼 온몸에 달라붙어 허기진 세상은 온통 말줄임표로 갇혀 있다 살다 떠난 얼룩만이 가슴 깊이 내려앉은 폐기물 딱지조차 못 붙이는 그 몸피여! 사는 건 먼지 수북한 그리움 또 견디는 것 오늘도 먼 길 돌아 햇살 떠는 한줄기 바람 먼저 간 할머니 손길 덤으로 묻어온 듯 그 옆에 폐타이어도 슬그머니 이웃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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