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매미 - 조익구

나안 2021. 3. 26. 16:31

매미
              조익구

초록 나뭇잎
숲 속 그늘 아래에서도
도시의 정거장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에서도

매미는 안다
길거리 거렁뱅이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을 위해
진정으로
뜨겁게
울어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사랑은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고
소나기도
뜨거운 눈물 식히지 못하고
두 손을 꼭 잡는다
 
해탈한 선승처럼
그대 사랑 받아들이고
말라가는 그리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떨림으로
그대 혈관 속 조용히 흐르겠다고

한 번도 울어보지 못한 벙어리매미처럼
낙엽이 되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진다

'필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0) 2021.03.26
푸른 곰팡이 - 이문재  (0) 2021.03.26
의자의 얼굴 - 고은희  (0) 2021.03.26
행복해진다는 것 - 헤르만헤세  (0) 2021.03.26
개심사 청벚꽃 - 남영은  (0) 2021.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