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김소월
들가에 떨어져 나가 앉은 메기슭의
넓은 바다의 물가 뒤에,
나는 지으리, 나의 집을,
다시금 큰길을 앞에다 두고
길로 지나가는 그 사람들은
제가끔 떨어져서 혼자 가는 길
하이얀 여울턱에 날은 저물 때,
나는 문(門)간에 서서 기다리리
새벽 새가 울며 지새는 그늘로
세상은 희게, 또는 고요하게
번쩍이며 오는 아침부터
지나가는 길손을 눈여겨보며
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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