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나의 집 - 김소월

나안 2023. 3. 8. 13:49

나의 집

                                     김소월

 

들가에 떨어져 나가 앉은 메기슭의

넓은 바다의 물가 뒤에,

나는 지으리, 나의 집을,

다시금 큰길을 앞에다 두고

길로 지나가는 그 사람들은

제가끔 떨어져서 혼자 가는 길

하이얀 여울턱에 날은 저물 때,

나는 문()간에 서서 기다리리

새벽 새가 울며 지새는 그늘로

세상은 희게, 또는 고요하게

번쩍이며 오는 아침부터

지나가는 길손을 눈여겨보며

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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