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봄 - 이성부

나안 2023. 3. 12. 11:45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물 웅덩이 같은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 안아보는

,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필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0) 2023.03.12
봄밤 - 김수영  (0) 2023.03.12
배움의 양식 - 이정록  (0) 2023.03.12
못 - 정호승  (0) 2023.03.12
마음의 북극성:이순(耳順) - 박남준  (0) 202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