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찔레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 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
====================================
찔레꽃은 순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면, 예쁘고도 아픈 가시가 있다.
문정희의 시에서 찔레는,
이루지 못한 사랑과 지나간 아픔,
그리고 그것을 껴안은 현재의 나를 상징한다.
사랑이 끝나고 남은 건 눈물뿐이었지만,
그 눈물은 시간이 지나
꽃 속의 가시가 되었다.
이제 나는 그리움으로, 침묵으로,
한 그루 찔레처럼 초록 속에 서 있다.
아픔도 아름다움도 함께 달고서.
슬퍼하지 않고,
사랑으로 서 있는 것이
내가 사랑한 기억을 지키는 방식이다.
'필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구 - 도종환 (0) | 2023.10.04 |
---|---|
폭포_김수영 (0) | 2023.10.04 |
두고 온 집 - 나희덕 (0) | 2023.05.14 |
떨림 - 안치환 (0) | 2023.05.14 |
또 그렇게 봄날은 간다 - 이재무 (0) | 2023.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