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사랑의 거처 - 김선우

나안 2019. 3. 5. 16:35

 




 

사랑의 거처 - 김선우
 
말하지 마라 아무말도 하지 마라
이 나무도 생각이 있어 여기 이렇게 자라고 있을 것이다_'장자', 인간세편
 
살다보면 그렇다지
병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지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을 가진
한 얼굴과 우연히 마주칠 때
 
긴 목의 걸인 여자--
나는 자유예요 당신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과 아랑곳없는 완전한 폐허예요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눈
나는 텅 빈 집이 된 듯했네
 
살다보면 그렇다네 내 혼이
다른 육체에 머물고 있는 느낌
그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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