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대하여
박재삼
결국은 우리는
바람 속에서 커 왔고나
그 바람은 먼 여행을 하고
지금도 안 끝나고 있다
겨울의 아득한 들판 끝에서
봄의 노곤한 꽃 옆에서
여름의 숨차던 녹음 곁에서
그리고 드디어
이제는 빛나는 찬바람이 되어
소슬하게 가슴에 넘치게
수확의 열매와 함께 왔고나
이 바람을 나는
나서 지금까지
거느리고는 왔으나
어쩔 것인가
아직도 그 끝을 못 잡고
어리벙벙한 가운데 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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