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가을밤 - 조용미

나안 2020. 11. 16. 12:08

 

가을밤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연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 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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