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1 – 지리산에서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
'필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래기, 코다리 - 이동주 (0) | 2021.03.07 |
---|---|
황홀한 거짓말 - 유안진 (0) | 2021.03.07 |
얼음의 온도 - 허연 (0) | 2021.03.07 |
안아주기 - 나호열 (0) | 2021.03.07 |
사랑은 사랑만을 사랑할 뿐 - 이성복 (0) | 2021.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