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시

황홀한 거짓말 - 유안진

나안 2021. 3. 7. 10:41

황홀한 거짓말
                                 유안진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힌 이 한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 담을 수 밖에 없다니요.
 
한 겨울밤 부엉이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걸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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