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박물관 속 허수아비 이창훈 사랑은 저렇게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것 준비된 말도 없이 하얀 손을 흔들며 먼 기억 속으로 너는 가고 먼 하늘에서 은빛 사금파리를 떨구며 어깨에 내려와 쉬던 새들도 깃들지 않는다 허공에 들린 발 바닥에 박힌 못은 녹슬어 가는 안간힘으로 땅에 뿌리박은지 오래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기다림은 얼마나 참혹한가 바람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빈 들의 적막은 그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황무지의 아스팔트 길 붉은 신호등을 건너 황사처럼 몰려오는 자여 사랑이 없는 빈 몸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자여 빈 껍데기의 몸으로라도 오지 않을 것을 기다려보지 못한 자여 사랑은 이렇게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 않을 너를 맞이하는 것 |
'필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청 - 정현종 (0) | 2021.04.17 |
---|---|
창호지 - 민용태 (0) | 2021.03.26 |
나무 - 곽혜란 (0) | 2021.03.26 |
용서의 꽃 - 이해인 (0) | 2021.03.26 |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았던 적이 없는 것처럼 - 알프레드 D. 수자 (0) | 2021.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