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정채원 뭉그러진 복숭아를 골라 낸다 저마다 단단한 씨앗을 아집처럼 품고도 가슴 부빈 자리마다 단물이 흥건하다 서로 밀착된 만큼 깊이 멍드는 사이를 조금씩 벌려 놓는다 너와 나 너무 가까워 그 누구두 끼여들지 못하는 사이 나는 네 그늘에 가려 너는 내 솜털가시에 찔려 소리 없이 신음하고 있었으리라 그 동안, 몇 번의 천둥이 울고 비바람이 쳤는가 무너진 봉분 위에 복사꽃 지듯 가슴엔 붉은 기억 흩어져 있다 어미의 젖꼬지를 문 신생아처럼 진한 초유의 젖냄새 온몸에 퍼져 나가던 시절 초산의 젖몸살에 눈물 흘리던 시절은 이미 늙은 어미의 뭉그러진 젖무덤이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흠 없는 영혼으로 남을 수는 없을까 몇 발짝 떨어져 서로를 바라다본다 너와 나 사이로 빠져 나가는 바람이 아직 단단한 추억의 개수를 헤아린다 어디선가 뽀얀 젖냄새 실어 오는 바람 속 허공에 기댄 生이 너를 향해 기우뚱 가슴 잠시 탱탱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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