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것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 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는가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흉터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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